.jpg)
저번에 얘기한 대로 서울대학교 럭비부에 들어서 활동을 한지 이제 3주가 지나간다. 맨처음 가서 쭈뼛쭈뼛 자기소개를 한지 3주 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럭비부원들과 정말 많이 친해지고 나 스스로도 럭비 실력이 조금씩 조금씩 향상 되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일주일에 3번, 월수목요일 근무가 끝나면 곧바로 가는 럭비부 활동 때문에 내 한 주는 더욱 더 바빠졌다. 운동이 끝나고 저녁 8시에 맞춰서 과외를 하면 집에 일러도 11시에 들어가기때문에 요즘 어머니께 들은 말이 "너는 집에는 잠만 자러 오는구나"였다.
현재 내가 뛰고 있는 포지션은 Flanker이다. (럭비부원들은 후랑카라고 부른다ㅎㅎ) Flanker의 역할은 럭비에서 양 팀이 스크럼을 짜면 (덩치 큰 선수들이 맨앞에 셋, 뒤에 넷, 맨 뒤에 하나로 조직을 짜 힘겨루기를 해 공을 차지하는 것) 두번째 줄에서 양쪽으로 맨 앞줄을 받쳐주는 태클 비중이 큰 힘쓰는 포지션이다. 태클을 많이 하기에 많이 다치는 포지션이긴 하나 내 신체 조건이 flanker에 딱 맞아 여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럭비부원들이 진단해 준 대로 현재 나는 이 포지션을 괜찮게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태클을 할 때마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숙달이 되면 될 수록 점점 더 안전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통 신장이 180cm가 넘고 체중도 100킬로가 넘는 우리 럭비부원들과 연습 시합을 할 때면 항상 드는 두려움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나와 같이 럭비를 하는 우리 럭비부원들의 대부분의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학생들이다. 보통 수능 시험과 럭비로 실기 시험을 쳐서 들어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 실력이 이미 훌륭하다. 오랜기간의 운동으로 다져진 신체조건과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그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갈 길이 아직도 엄청 멀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체육교육과 학생들 이외에도 사회대나 법대, 농생대, 자연대 학생들도 있는데 이들도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실력이 향상 돼, 고학년인 친구들은 벌써 실력이 체교과 친구들과 맘먹는다. 이 친구들은 유학생인 나에게 어떠한 환상을 갖고 있는듯 한데 2년동안 겪었던 코넬 생활을 얘기해 주면 이 친구들은 정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듣는다. (사실 학교 생활의 다채로움을 따지자면 한국 대학생만한 조건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직 좋은 얘기만 해줘서인지 몰라도 나중에 꼭 한번 미국에 가고 싶다고 한다. 벌써 내가 복학하고서 코넬로 나를 찾아 오겠다고 하여 내가 숙식 제공을 약속한 녀석들도 한 둘이 아니다.
럭비는 하면 할 수록 남자의 운동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공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저지하기 위해 내 몸을 날려 태클을 하고 경기의 possession을 지키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는 럭비야 말로 저 위의 포스터에 쓰여 있는대로 남자에게 patience, cooperation 그리고 sacrifice를 가르쳐주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전성기의 영국에서 럭비를 매우 많이 장려했던 이유가 영국군 병사들에게 이러한 가치들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는데, 직접 럭비를 해보니 왜 과거 영국사회가 (그리고 현재의 영국권의 사회가) 이토록 럭비에 열광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럭비를 통해 이러한 가치들을 더욱더 나의 가치로 익히는 것이 내 소망이다.
나는 아직 초보이다. 패스도 약하고 정확도도 떨어지며 대쉬해 달려나가는 속도도 다른 럭비부원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체력도 약해 금새 지쳐버린다. 오는 5월 10일날 일본의 동경대학교 럭비부가 서울대를 찾아와 정기전을 갖는다. 벌써 그 전통만 몇십년 째라는데 이번에 꼭 승리를 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하는 우리 럭비부원들을 보니 자랑스럽다. 초보인 내가 이번 시합에서 내가 뛸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시합의 벤치 멤버로라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동경대전에서의 필승을 기원하며 오늘도 서울대 럭비부 화이팅을 외치고 싶다.








